2022.08.28
온갖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해바라기에 대해서, 손 끝을 스친 바람, 그 바람을 타고 오고갈 어떤 향취, 스미는 온도와 웃음소리, 가지런히 진열된 사진과 색에 대해서. 나의 손 닿지 않으면 금방 먼지가 쌓여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어떤 기억들에 대해서. 온갖 검은 것 사이로 물꼬를 틔워 폭발과 개화 그 어드매의 사건으로 태어난 흰 것을 양 손에 담는다. 손가락 틈으로 새어나갈 것 같은 그 일렁임을 품에 한가득. 그렇게 그러모으고 안아도 조금 눈길 주지 않으면 금방 검은 것이 덮치고야 만다. 그에 나는 애도한다. 애도하는 눈길조차 없으면 진정 사라지고야 말 희고 검은 것들을. 그들은 태어나기에 태어났고 존재하기에 존재하겠으나, 나는 묻는다. 애도받기 위하여 태어났는가, 하고.
문학이 無用하기에 有用하다 말한 이가 있었다. 그에 나는 반발한다, 모든 가치를 정하려는 움직임을 거부한다. 하여 답하기를, 그저 사랑했다고, 그것만이 모든 가치의 결정이라고. 현재의 순간을 영원이라 속삭이듯 이 불완전한 감각을 한껏 들이키자면 실로 완벽하다고.
3형용하지 못하나 단지 존재하는 것이 있다. 2결코 닿지 못하나 평행하지도 않은 선이 있다. 1홀로 되임은 필연적이다. 0스스로를 꼬리문 생물이 한계 없는 자취를 만든다.
결핍을 찾아 헤맨다. 질문을 던진다. 나의 결핍은 무엇을 만들었던가, 이것은 나의 결핍에서 비롯되었던 것일까. 욕구는 결핍의 산물인가. 결핍도, 그에 따른 욕구도 뚜렷하지만 그 밖의 무엇도 알 수 없다. 손끝으로 더듬어 길을 찾는다, 손을 내민다. 비어있는 부분에 꼭 알맞는 조각을 찾아서, 그것의 영원한 부재가 출발지였음에도. 언젠가 엇나가 서로를 밀어내게 될 운명이라도. 잃어버릴 것을 두려워하여 끌어안는다. 쉼표 뿐인 길. 온점을 향해 깎아낸다. 둥글게, 새카맣게.
선생님의 글을 읽고, 혹은 평소에 대화하는 것으로 글을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어쩐지 답장을 쓸 적에는 생각했던 것들이 제 손에서 떠나는 기분이라…
시를 처음 쓸 적부터 지금까지 생과 사, 희망과 절망에 대해 - 보다 정확히는 그 외의 이야기를 (시를 통해서는) 풀어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고요... 예전 것들 중에는 깊은 우울이 묻어난 것들이 많아서, 그것을 드리고 싶지는 않아 보내 봅니다.
세 시
흘러가는 그대의 이름에 입을 맞추다 사라지는 그대의 의미에 눈을 맞추다 그러모은 그대의 희망에 함께 맞추다